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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9 11:18 번역서/10년후 미래

뉴욕=권성희 특파원 |2012.06.19 06:00

"한국 경제는 일본과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 유로존은 분열될 수밖에 없다. 지금 미국이 재정적자 축소를 시도하는 것은 끔찍한 정책 실패다.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공은 제도 개혁에 달렸다."

 

한국에 '10년 후 미래'란 책으로 널리 알려진 대니얼 앨트먼 뉴욕대 경제학 교수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의 앞날을 거침없이 예측했다. 하지만 언제나 희망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데 경제학이 기여해야 한다고 믿는 앨트먼 교수를 만나 글로벌 경제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명쾌한 진단을 들었다 



▲대니얼 앨트먼 뉴욕대 경제학 교수

 


-'10년후 미래'란 책에서 한국 경제가 일본을 따라간다고 봤다.
▶신흥국은 단계가 다를 뿐 모두 똑 같은 2가지 추세를 기반으로 성장한다. 도시화와 기존 제품의 모방 생산이다. 일본은 이 2가지 성장 동력을 모두 소진한 뒤 지금은 선진국들과 경쟁하며 고전하고 있다. 선진국간 경쟁의 기반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혁신과 기업가 정신이다. 한국도 곧 일본처럼 도시화와 기존 제품의 모방 생산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지점에 도달할 것이다. 중국은 아직 그 단계에 도달하려면 20여년 가량이 남았다.

-그렇다면 지금 일본이 한국 경제의 미래인가.
▶한국이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희망적인 요소는 한국의 1인당 연구비가 미국보다 높은데다 연구 생산성도 뛰어나다는 점이다. 반면 기업 풍토는 부정적이다. 한국 경제는 여전히 10개 남짓의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경쟁력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리고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다른 혁신적인 국가들만큼 창의성을 촉진하고 권위에 도전해 의문을 제기하도록 격려하는 단계에 도달하지는 못한 것으로 안다. 연구·개발과 인프라는 미래 성장의 기반이지만 기업 풍토와 교육 시스템은 혁신과 기업가 정신에 적합하지 못하다.

-중국 경제는 미국을 추월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도시화와 기존 제품의 모방 생산만으로도 앞으로 20년 이상은 고성장을 계속할 수 있다. 고성장이란 향후 20년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4%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사실 4% 성장도 높은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지금과 같은 법적, 정치적, 경제적 시스템을 유지한다면 결국 20여년 후에는 일본과 같은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중국이 이 기간 동안 혁신과 기업가 정신으로 선진국과 경쟁할만한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세계 최고의 경제강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지난해 1월에 발간한 책에서 유로존은 분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이 유로존 모든 회원국에 똑같이 적절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떤 회원국이든 유로존을 떠날만한 유인은 언제나 존재한다. 예를 들어 몇 년전만 해도 유로존의 어떤 국가는 경제가 성장하는데 다른 국가는 침체에 빠졌다. 경제 상황이 각기 다른 모든 회원국에 적합한 한 가지 통화정책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유로존을 떠날 때 얻게 되는 경제적 혜택이 유로화를 자국 통화로 바꾸는데 드는 비용을 압도하게 되면 어떤 국가라도 유로존을 탈퇴할 수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면서 유로화는 사용하지 않는 국가가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아도 EU 회원국이면 EU 역내 무역에서 거의 불이익은 없다. 그러니 어떤 순간 유로화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회원국들이 생길 것이다.

-유로존을 유지하는데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독일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독일은 여전히 유로존이 장기 프로젝트로 유효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따라서 유로존을 유지하기를 원하며 이를 위해 재정연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양보하고 타협할 것이고 유로존 다른 회원국에 대한 재정적 지원도 수용할 것이다. 하지만 독일이 영원히 유로존의 모든 국가를 재정적으로 지원하진 않을 것이다. 결국 유로존 각 회원국의 서로 다른 경제적 이해 때문에 유로존은 분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유로존과 유로화도 명맥을 유지할 것이다. 예를 들어 유로존의 핵심국가라 할 수 있는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서로 공통점이 많아 다른 국가들이 유로존을 떠난다 해도 서로 같은 통화를 쓸 가능성이 높다.

-유로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해법은 무엇인가.
▶유로존 각국이 처한 상황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한 가지 방법은 없다. 그리스는 엄청난 규모의 부채가 문제인 반면 스페인은 은행 부실이 문제다. 각 국가가 가진 문제가 다르니 처방도 달라야 한다. 그리스처럼 부채가 많은 국가, 즉 국가 신용도가 문제인 국가는 긴축을 통해 재정적자를 줄여나가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은행위기를 다뤄본 경험은 많기 때문에 스페인 문제는 오히려 해결하기가 쉽다. 그리스나 스페인이나 비슷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문제다. 또 프랑스처럼 국가 신용도가 높아 조달금리가 낮은 국가는 지금처럼 침체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재정적자 축소를 시도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된다.

 

-미국도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날로 늘어나는 국가부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재정적자 감축을 둘러싸고 의회에서 의견 대립도 심하다.

▶지금 미국이 재정적자 축소를 시도한다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미국의 부채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 시간이 많다. 지금처럼 성장세가 취약한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줄이는 것은 위험하다. 하원에서 다수를 차지한 공화당이 재정적자 감축을 주장하면서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불필요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지금 미국의 국채수익률은 1.5~1.7%남짓으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이처럼 싼 금리로 돈을 조달할 수 있을 때 돈을 빌려 교육과 과학연구, 인프라 등에 투자해야 한다. 이러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성장 잠재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단기적으로 일자리도 늘린다. 1.5~1.6%로 돈을 빌려 5%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면 돈을 빌려 투자해야 한다.

-경제 성장세가 취약하니 통화정책을 추가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이미 실질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데 통화정책을 더 완화해봤자 경제를 부양하는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 미국 경제의 문제는 돈의 공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돈에 대한 수요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수익성 높은 투자 기회를 확신하지 못해 돈을 빌리려 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화완화가 아니라 재정지출 확대다. 물론 지금과 같은 의회가 교착상태를 보이는 상황에서 재정지출 확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책에서 미국이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로 이민자의 꾸준한 유입으로 인한 인구증가율을 꼽았는데 경제 성장에 인구증가율이 얼마나 중요한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을 결정하는 요인은 노동생산성과 노동인구의 증가율, 2가지다. 얼마 동안은 인구가 늘지 않아도 노동생산성 향상만으로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성장에 한계가 온다. 결국 장기적으로 인구증가율이 영(0)이면 성장률도 영(0)이 되는 순간이 온다. 인구 증가에 기여한다는 측면 외에도 이민자들은 미국의 경제 성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민자들은 경제에 경험과 재능, 지식의 다양성을 경제에 부여할 뿐만 아니라 이민자들 대부분은 더 큰 성취를 위해 고국을 떠난 사람들이기 때문에 매우 근면하다. 게다가 이민자의 경제적 기여는 여러 세대에 걸쳐 누적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민자들이 늘어나면 사회적 갈등 요인이 커진다는 우려도 있다.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이민자들이 아니다. 이민자로 갈등이 생겼다면 그 사회에 이미 존재했던 문제가 드러나는 것일 뿐이다. 이민자들에게 적대적인 사회는 이민자들이 창출하는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미국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하자는 버핏룰이 이슈가 되고 있다.
▶혼자 힘으로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성공한 사람은 누구나 사회 시스템의 덕을 본 것이다. 그러니 성공한 사람은 자신이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준 사회 시스템을 지지하는데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 불평등은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사회가 불평등할수록 아이디어가 뛰어나지만 돈도 없고 인맥도 없는 사람 대신 아이디어는 별 볼일 없는데 돈이 많고 인맥이 좋은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식으로 불평등은 기회의 분배를 왜곡해 경제 성장을 해친다. 이러한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누진세제이며 미국은 누진세제를 더 강화할 여지가 있다. 근로소득이 아닌 자본소득에 대한 세율은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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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zeon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