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zeonis
번역가이자 IT와 뉴미디어에 관심이 많은 방송기자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한국증시'에 해당되는 글 1

  1. 2010.07.24 중국, 경제는 우등생이지만 주가는 낙제점
2010.07.24 19:14 투자관련 자료&글



09년 이후의 글로벌 경기 회복 과정에서 중국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당장 한국이 최대 수혜국이 됐다. 한국은 해외 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 경제를 대표하는 국가이다. 한국의 수출 시장은 크게 미국과 중국으로 나눠질 수 있을 텐데, 한국의 대미 수출은 아직까지 05~08년 호황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대중국 수출은 이미 08년 하반기 수준을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잇따라 경신하고 있다. 사상 최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한국 기업 실적의 호전도 중국 수요 확대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회복 과정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 고령화의 진전으로 늙어버린 유럽은 재정 긴축까지 더해지면서 향후 상당 기간 동안 저성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은 유럽보다는 나아 보이지만, 역시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증세 등으로 인해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향후에도 글로벌 경제 성장의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중국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상반기 두 자리수대의 성장률로 화답했다. 그렇지만 중국의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주 초 상해종합지수가 2% 가까운 오름세를 나타냈지만, 09년 말 대비 여전히 20%가 넘는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상해종합지수의 2010년 연간 등락률은 -24.4%로 Bloomberg에서 집계하고 있는 주요 92개 지수 중 91위에 그치고 있다.

 

중국 증시보다 부진한 국가는 부도 위기에 몰렸던 그리스(-26.5%)가 유일하다. 유럽의 문제 국가들인 포르투갈(-15.6%)과 스페인(-16.3%)도 중국 증시보다는 나은 성적표를 쥐고 있다. 경제는 우등생인데, 주가는 낙제점인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중국 주가는 중국 경제의 성장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효율적 기제인가?

 

 

 

중국 증시는 90년대 한국 증시의 재판(再版) – 실물 경제의 고성장과 주가 부진의 공존


경제는 고성장을 하지만 주가는 부진한 모습,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다. 바로 8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한국 증시가 보여줬던 모습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3저 호황에 기반했던 80년대 중후반의 강세장이 끝난 이후 한국 증시는 십수년 간의 장기 박스권 장세를 경험했다. 일시적인 오버 슈팅(반도체 호황 국면이었던 94년 11월 1,138p까지 상승)과 오버 킬(IMF 구제금융 국면이었던 98년 6월 280p까지 하락)이 있기도 했지만 KOSPI는 대체로 500~1,000p대의 박스권에서 장기간 움직여 왔다.


KOSPI가 장기 박스권에 머물러 있었던 90년대~00년대 초는 한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을 구가했던 시기였다. 89년~02년 한국의 연평균 명목 GDP 성장률은 12.3%에 달했다. 80년대 후반 3저 호황 국면의 성장률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어쨌든 두 자리 수대의 성장을 이뤘던 시기였다. 그렇지만 그 기간 동안 KOSPI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연평균 -2.59%의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오히려 한 자리 수대의 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성장에 비관론이 득세했던 03년 이후 KOSPI는 장기 박스권을 넘어서는 강세를 나타냈다. 80년대 후반 이후 한국 증시가 걸어온 길은 향후 중국 증시의 행보를 예측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주가는 고성장 국면보다 오히려 성장 둔화 국면에서 더 강할 수 있다. 세 가지 점에서 그렇다. 실물 경제가 고성장하는 시기에는 경제적 자원이 금융 시장보다 실물로 집중될 수 있다는 ‘자원 배분의 관점’, 증권화 초기 국면에서의 IPO 활성화가 불러올 수 있는 ‘수급 불균형의 관점’, 금융 시장의 개방화가 진전되지 못한 데 따른 ‘폐쇄 시장의 비효율성’이라는 시각에서 경제 성장과 주가의 괴리를 설명할 수 있다.

 

 


 

 

 

성장률과 주가의 괴리 (1) – 고성장 국면에서는 경제적 자원이 금융보다는 실물 투자로 집중된다


금융이 화폐 가치의 증식만이 아닌 실질적인 부를 창출할 수 있는가? 오래된 논쟁 거리이다.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금융에 대한 인식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금융에서 파생되는 수익은 불로소득이라는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또한 금융 영역에서 조장됐던 과도한 레버리지가 08년 글로벌 위기의 골을 깊게 했다는 비판으로부터도 금융이 자유롭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이 생명력을 가지는 것은 실물 부문에서의 한계 수익률은 체감할 수밖에 없고, 이후의 수익률 제고 과정에서 금융이 담당하는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이머징 국가와 선진국의 역할 분담은 이를 잘 보여준다.


성장 속도가 빠른 이머징 국가는 금융보다는 제조업이 강하고, 선진국은 금융에서 비교 우위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실물 부문에서 부를 증식시킬 기회가 많다는 점을 의미한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명목 성장률 (실질 성장률+물가 상승률)은 15% 내외가 될 것이다. 명목 성장률은 중국 경제에서의 투자 수익률을 보여주는 지표(proxy)로 볼 수 있다. 장사를 하건, 공장을 돌리건 연 15% 정도가 중국 경제에서 기대할 수 있는 평균 수익률인 것이다.


실물에서 가치를 증식시킬 기회가 많으면 경제적 자원은 실물 투자로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선진국에서 금융이 발달한 것은 추가적인 실물 투자에서 기대할 수 있는 한계 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실물 부문에 투자가 이미 골고루 이뤄져 있어, 추가적인 투자로 인한 기대 수익률이 높지 않은 상황이 도래해야 경제적 자원은 실물이 아닌 금융으로 배분된다. 


중국은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국가이다.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는 아직까지 실물에서 돈을 벌 기회가 많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 자원은 금융보다는 실물로 집중되기 쉽다. 이런 모습을 한국이 먼저 보여줬다. KOSPI가 장기 박스권을 돌파했던 03년~07년은 국민경제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한 단계 레벨 다운됐던 시기였다. GDP 대비 투자 비중이 낮아졌다는 것은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실물 부문에서는 더 이상 가치를 증식하기 어려워지는 시기가 도래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 만들어져야 경제적 자원은 금융으로 본격적으로 배분된다.


중국은 여전히 투자 중심의 성장을 하고 있다. 중국의 GDP에서 소비 비중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도 경제적 자원을 소모하는 데 있어서의 기회 비용이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투자는 현재의 소비를 미래로 이연시키는 행위이다. 당장 써서 없애기 보다는 파이를 증식시켜 미래에 더 큰 규모의 소비를 기대하는 것이 투자이다. 중국은 아직까지 경제적 자원이 금융으로 배분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경제는 고성장을 하지만, 주가는 제대로 못 오를 수도 있다.

 

 

 

 

 

성장률과 주가의 괴리 (2) – 증권화 과정에서의 IPO 급증과 수급 불균형


고성장과 주가 약세라는 조합은 증시 내부적인 수급 여건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어느 나라나 실물 경제의 성장이 어느 정도 이뤄진 이후 주식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성장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직접 자금 조달의 장으로서 증권 시장이 가진 중요도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의 증권화(Securitization)단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증권화 초기 단계에서는 대규모 IPO가 수반된다. 기업들의 상장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요즘 중국 증시가 그렇다. 7월에도 농업은행이 세계 최대 IPO 기록을 세웠다. IPO와 기존 기업들의 유상 증자는 그대로 주식시장에 물량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국 증시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왔다. 과거 박스권 시절 주가의 중장기 고점에서는 늘 대규모 IPO 붐이 있었다. 80년대 후반의 강세장에서는 포항제철과 한국전력 등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IPO가 국민주 공모라는 외피를 쓰고 나타났다. IMF 직후의 강세장에서는 상장사들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기록적인 유상증자가 있었고, 이런 물량 부담은 KOSPI의 추세적인 하락 반전으로 귀결됐다.


03~07년의 장기 강세장에서는 물량 부담이 크지 않았다. 중국 증시도 주가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물량 부담의 완화가 필요하다.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에 있어 IPO 수요의 급증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고, 여기에 비유통주 매각이라는 부담도 있기에 향후 중국 증시의 물량 부담은 결코 작지 않아 보인다.

 

 


 

 

성장률과 주가의 괴리 (3) – 폐쇄 시장의 비효율성


09년 4분기 이후 한국과 중국 증시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그런데 과거에도 한국과 중국 증시의 동조화가 늘 나타났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양국 증시는 디커플링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제대로 된 동조화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는 시기는 07~09년 정도였고, 나머지 기간 대부분은 양국 증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같은 방향을 나타내더라도 수익률의 편차는 대단히 컸다.


중국 증시는 개방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폐쇄 증시이다. 홍콩의 H 지수가 있지만, 본토 증시와 중복 상장된 종목이 많기 때문에 독립적인 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폐쇄 증시에서 결정되는 주가가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합리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한국 증시도 마찬가지였다.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증시는 미국 증시라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국 증시는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있을 테고, 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도 미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기는 힘들 것이다. 미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지금보다 높았던 90년대는 더욱 더 그랬을 것이다. 한국 증시의 개방화가 진전된 것은 외국인 투자한도가 완전 폐지됐던 98년 5월이었다. 그런데 개방화 이전의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와 거의 다른 행보를 나타냈다. 개방화 이전 90년대의 8개년 동안 KOSPI와 S&P500지수의 연간 등락률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던 경우는 3개년에 불과했다.


비슷한 이유로 개방화가 미진한 중국 증시는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중국 성장의 수혜는 상해 증시가 아닌 한국 증시가 누릴 수도 있어


중국 경제의 고성장은 상당기간 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주가는 빠르게 커나가는 경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중국 주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3분기 중반 이후 반등의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보다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추세(trend) 상승이 아닌 높은 변동성(volatility)이 중국 증시의 특징이 될 수 있음을 중국보다 앞서 간 한국 증시의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과 중국 주가는 분리해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주가가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제대로 반영하기 힘들다면 오히려 한국 증시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중국 경제 성장의 수혜를 받는 대표적인 국가이면서, 중국보다 효율적인 금융시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증시의 주력 포트폴리오가 대부분 중국 경제 고성장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잇점도 있다. 중국 경제 성장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섹터는 IT와 산업재, 소재, 경기민감소비재 등일 텐데, 이들 섹터는 한국 증시의 중추를 이루고 있으면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효율적이지 못한 중국 증시가 주춤거린다고 해서, 한국 증시가 못 오를 이유는 없다고 본다. 반대로 중국 증시가 강세를 나타내더라도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미 지난 1년 동안의 주가 흐름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금융시장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중국 성장의 수혜를 상해 증시가 아닌 한국 증시가 누릴 수도 있다.

 




===   김학균 대우증권 리서치 센터장 ====



posted by zeonis

댓글을 달아 주세요

prev 1 next